
2003년 1월, 하얼빈은 다시 한번 역사적인 추위에 휩싸였다. 영하 45도를 기록한 이날, 동계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는 인류가 얼음 위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등장한 위원장의 코가 순간적으로 하얗게 얼어붙는 바람에 회견은 3분 만에 중단됐다. 현장 기자들은 "이제 회견 자체가 동계 스포츠 종목이 될 것"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 대회의 최대 화두는 "예산 삭감"이었다. 전 대회에서 만두 가게에 예산을 탕진한 하얼빈 시청은 이번에 경기장 시설을 70년대 산업용 냉동창고로 대체했다. 스케이트장 바닥은 두툼한 얼음 층 대신 냉동식품 포장용 스티로폼을 깔았고, 관중석은 인근 슈퍼마켓에서 긁어온 과자 박스로 만들어졌다. 일본 기자가 "이건 스포츠 대회인가 재활용 박람회인가?"라고 질문하자, 위원장은 당당하게 답했다. "우리는 환경을 생각하는 퓨처 스포츠를 선보입니다."
첫 경기인 쇼트트랙 1000m에서는 중국 선수 왕차오(王超)가 경기 시작 5초 만에 스티로폼 바닥이 부서지며 허리에 얼음을 끼는 사고를 당했다. 그가 얼음 구덩이에서 기어 나오며 한 말은 이후 SNS에서 밈이 됐다. "이건 경기가 아니라 냉동만두 포장 공정이야!" 결국 대회 조직위는 긴급회의를 열어 냉동창고 벽면을 뜯어 경기장 바닥을 메꿨다. 이 벽면에는 1980년대 냉동 돼지고기 유통기한이 적혀 있어, 선수들은 경기 중 "1995년 11월 생산"이라는 글자를 밟고 미끄러졌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팀은 이번 대회에서 "AI 코치 2.0"을 도입했다. 이전 대회의 실패를 교훈 삼아 AI가 선수에게 칭찬까지 하도록 업그레이드한 것. 하지만 AI는 경기 중 계속해서 "지금 속도로 가면 동메달도 못 받아요. 그래도 열심히 하는 모습 아름답네요!"라고 방송에 내보내는 바람에 선수들이 정신적 대미지를 입었다. 결국 한국 팀은 AI의 배터리를 강제로 뽑고 1990년식 카세트 플레이어로 전략을 바꿨다. 세탁기 소리가 나는 테이프에서 "넌 할 수 있어! 얼음은 네 친구야!"라는 옛 코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선수들은 오열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북한 피겨 팀은 이번에 "핵심폭발 2.0" 코스튬을 선보였다. LED 대신 경기장 전체를 밝히는 라이트 프로젝터를 장착했지만, 기술 부족으로 빛이 관중석을 향해 쏘아지는 바람에 200명의 관중이 눈부신 조명에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었다. 북한 코치는 이걸 "우리의 빛이 Imperialist들의 눈을 멀게 했다"라고 선전했지만, 실제로는 일본 관광객들이 "이거 무료 레이저 쇼냐?"라며 오히려 환호했다. 경기는 3시간 중단됐고, 그 사이 관중들은 눈사람을 만들며 시간을 죽였다.
몽골 컬링 팀은 유목민의 지혜를 발휘해 야생말을 데리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그들은 말이 스톤을 끌게 해 "천연 아이스 브러시" 효과를 노렸지만, 말이 빙판에서 미끄러지며 관중석으로 돌진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한 할아버지는 말을 타고 달리는 몽골 선수를 보고 "이번 대회 신종목은 말레이스야?"라고 혼잣말했다. 결국 말은 경기장 매점에서 당근을 훔쳐 먹은 후 도주했고, 몽골 팀은 실격 처리됐다. 그 말은 현재 하얼빈 동물원에서 "아이스 콩쿠르" 스타로 활동 중이다.
필리핀 스노보드 팀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바나나 잎"으로 만든 방한복을 입고 등장했다. 하지만 영하 40도에서 바나나 잎이 부서지며 선수들의 몸에 박혔고, 그들은 "천연 스파이크 아머"를 착용한 채 경기에 임해야 했다. 한 선수는 경사로에서 굴러 내리며 "이게 스노보드냐 가시탑 하이킹이냐!"라고 외쳤다. 필리핀 코치는 눈물을 흘리며 "다음 대회에선 코코넛 껍질로 도전할 것"이라 맹세했다.
이란 스키점프 팀은 이슬람 혁명 기념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그들은 점프대 꼭대기에서 "알라 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날아갈 계획이었지만, 추위로 인해 점프대 계단이 얼어붙어 20m 구간을 기어올라가는 진기록을 세웠다. 선수들이 마지막 계단에서 "이제 죽음을 맞이하자!"라고 외친 순간, 안전요원이 "여기서 죽으면 청평호 시체 처리 반장이 될 거야"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모두 급히 하강했다. 이 장면은 현지 방송에서 "가장 신성한 후퇴"라는 제목으로 방영됐다.
개최국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과학적 우위"를 과시하기 위해 인공지능 로봇 심판을 도입했다. 하지만 로봇이 카자흐스탄 선수의 트리플 점프를 분석하다가 과열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파편이 날아가 일본 선수의 스키를 부수는 바람에 일본 팀은 "이건 과학 테러다"라고 항의했지만, 중국 측은 "우리 로봇은 카자흐스탄 기술력에 감동한 나머지 자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모든 심판은 80년대 생 감자저울로 교체됐다.
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하키 결승전이었다. 중국과 일본의 맞대결에서 일본 골키퍼가 핫초코를 마시다가 스틱을 놓치는 바람에 중국이 결승골을 넣었다. 일본 코치가 "추운 날 핫초코는 기본 인권이야!"라고 항의했지만, 중국 관중들은 "만두도 못 먹는 주제에"라고 야유했다. 이 날 하얼빈의 모든 핫초코 가게는 일본 팀을 위해 24시간 영업을 했고, 도시 전체가 초코 향에 휩싸였다.
폐막식은 영하 50도라는 기록적인 추위 속에서 진행됐다. 하얼빈 시장은 "이 추위를 이겨낸 우리 모두가 금메달리스트"라고 선언하려 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이 즉시 얼어붙어 관중석으로 떨어졌다. 아이들은 이 얼음 조각들을 주워 "시장님의 지혜 얼음"이라 부르며 눈싸움을 했다. 마지막으로 올라간 폭죽은 추위에 화약이 점화되지 않아 하늘 대신 지상에서 우울하게 굴러다녔고, 관중들은 "이건 폭죽이 아니라 눈썰매용 디스크야!"라며 웃음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의 진정한 승자는 하얼빈의 초등학생들이었다. 그들은 경기장에 난방 시설이 없다는 사실을 이용해 "눈으로 만든 방한 아이템"을 관광객에게 팔아 300%의 수익을 올렸다. 눈으로 만든 핸드워머, 얼음 조각 스마트폰 케이스, 눈사람 모양 에어팟 프로 등이 베스트셀러였다. 한 아이는 인터뷰에서 "다음 대회에선 눈으로 자동차를 만들 거예요. 엔진은 만두 증기로 움직일 거고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2003년 동계 아시안게임은 공식적으로 "극한의 조건 속 인간 승리"로 기록됐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건 AI의 잔인한 칭찬,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전기장판 장갑, 그리고 하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핫초코 냄새였다. 대회가 끝난 후, 하얼빈 시청은 공식 사과문에서 "다음 대회는 사우나 안에서 열 것"이라 약속했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2007년 대회에서 그들이 준비할 건 역시 "영하 50도의 눈과 100톤의 만두"라는 걸.